20191116 장충단공원 남산 서울로

|

전날 과음으로 집에서 골골대다 일요일은 비가 내린다하여 이번주 나가지 않으면 더 이상 단풍놀이는 즐길 수 없을 것 같아 대충 식사를 떼운 후 씻고 밖을 나선다.

처음엔 버스를 타고 올라갈 생각으로 동대입구역으로 향했는데 내리고 동국대쪽을 보니 진하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보고 걸어올라가기로 한다. 혹시나 몰라 편한 운동화를 신고 나왔는데 잘됐다 싶었다.

 

장충체육관에서는 어느 아이돌의 공연이 있었는지 공원 안에는 10대 소녀떼들로 가득했다. 나도 음악을 꽤 듣고 가수들을 좋아하긴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아이돌은 관심이 없다. 이상하게 관심이 안 간다.

남산에 올라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의 사람들, 나처럼 그냥 걷는 사람들.

남산 2호터널은 원활.

야구장에서 연습 중인 초등학생들.

곳곳에 대포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작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남산엔 1년에 1번 정도는 오는 편인데 유관순 상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며 살아간다.

드라이브 코스로 좋은 길.

오르막길을 걸어올라오다 보니 어느덧 진입.

예전에 한창 자전거 동호회 활동을 할 때 내 닉네임을 딴 남산 오르기 대회가 있었는데(무려 4번이나 진행됐었다) 모임 장소가 항상 이 국립극장 앞 광장이었다. 추억이 새록새록. 지금은 비록 공사중이어서 막아놨지만.

일반 차 진입은 허용되지 않는 통행로.

이쪽은 둘레길인 것 같았는데 잘못 갔다간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할 듯 하여 아는 길로 올라간다.

스타트!

역시나 영차영차 잘도 오르는 사람들.
6년 전 자전거타고 11분 25초 걸렸는데 지금은 안 쉬고 올라가기만 하면 다행일 듯.

나 빼고 다 동행인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혼자 오신 어느 여성분이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셔서 폰으로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했었으니.

주중에 비가 내린 후라 앙상한 가지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 일요일, 월요일 비가 내리고 나면 애처롭게 매달려있던 나뭇잎들이 비처럼 흘러내려 가지는 더 앙상해질 것이다.

강남쪽 전망대에서 풍경을 바라본다. 안개가 옅게 깔려있던 탓에 썩 좋은 전망은 아니었다. 남산에서 한남대교 방향.

월드타워때문에 잠실 포인트를 찾기는 쉬워졌다.

다시 올라간다.

화장실 앞이 이렇게 예쁘다니!!

또 다시 영차영차.

또 다른 전망대에 서서.

확실히 산은 산이다. 작지 않은.

다시 올라간다.

성곽이 보이면 버스정류장 부근까지 다 올라왔다는 의미.

진한 가을의 흔적.

가을의 바람

타워쪽으로 올라간다.

강북쪽 전망대. 종로, 동대문.

종로, 을지로.

해질녘 팔각정.

누군가들이 남긴 사랑의 흔적. 기대, 만남, 사랑, 이별. 각기 다른 형태로 변해갔을 감정들.

서울 곧 멸망?

저 아래 나무들이 많은 공간이 어느 지역인지 잘 모르겠어... 이촌동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단풍 구경은 이 정도로 마치고.

목이 말라 음료수를 하나 집어 들어 마신다.

버스를 타기 위해 내려간다.

충무로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내려오다 남대문시장으로 가기 전, 힐튼호텔 앞에서 내린다. 조금만 걸어가면 서울역이 가깝기 때문에 멀리 돌아가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판단에.

예전에 일했던 남산 그린빌딩. 가끔 점심시간에 팀 사람들과 김밥 사들고 남산으로 올라가 먹고 놀다 오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것도 벌써 16~17년 전이구나. 사진을 찍었을 당시에도 이 때 회사 사람들 몇몇과 만든 밴드에서는 각자 주말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난 이 건물 사진을 찍어 밴드에 올렸다.

원래 이쪽에는 판자집같은 것이 있었는데 싹 철거하고 남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고 정비를 한 모양이다. 오랜만에 이 앞을 왔더니 세월의 흔적이 싹 지워지고 새로운 것들이 들어차있는 것에 바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거 뭐 너무 '중구' 티 내는 거 아니야?
'중구가 시키드나?'

그냥 가려다 가만보니 서울로를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청파동으로 넘어가는 고가도로는 철거 대신 산책로로 개편되며 새로운 도심 속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예전에는 퇴근하며 집으로 가는 버스가 이 고가고도를 넘어갔는데 지금은 그 버스도 사라지고, 도로도 사라졌다.

서울로 7017. [1970년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 17개의 사람이 다니는 길로 다시 태어난다] 라는 의미라는데 의미야 갖다 붙이기 나름인 거니.

행사도 있었지만 이용객이 거의 없어 직원들이 더 많았던 부스.

곳곳에는 이렇게 피아노가 하나씩 놓여져 누군가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었다.
한 번 앉아볼까도 싶었지만 연주할만한 노래가 없어서 건반도 건드리지 않았다. 피아노에 손을 놓은지 너무 오래됐다.

목욕탕인가?...

계절마다 각기 다른 조경을 꾸며놓는 듯 했다. 가을이니까 억새와 갈대로.

방방 뛰고 싶었지만 진입 금지.

집회가 없는 조용한 주말 도심 풍경이 얼마만인지... 조용히 걷고 걷다 귀가. 그러다보니 술이 깼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앉을 날도 머지 않았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