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주차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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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전날 회식을 하고 소주를 잔뜩 마신 상태였지만 그간(월~수)의 야근으로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풀어보지도 못한 택배 박스가 거실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아침에 빨리 일어나면 바로 출근을 하고 일찍 퇴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그렇게 잠들어 눈을 뜨니 5시 반. 어떻게 할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 일어난다.

이제 해가 길어졌는지 하늘도 일찍 밝아진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7시 반.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 오랜만에 남이 내려준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한다.

 

 

오늘의 커피는 영 별로군. 그냥 돈 들여서 비싼 커피를 마셔야겠다.

 

 

점심엔 해장을 하고,

 

 

일을 대략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을 때 회사로 택배가 도착했다. 비가 내리는 오후였지만 다시 박스 포장을 곱게 해 집으로 들고 갔다. 박스를 뜯자마자 광대 승천. 나도 그런 얼굴이 될 수가 있구나 하며 스스로 놀랐다.

 

 

집에 돌아와 5일간 못했던 청소를 간단하게 하고, 구석에 세워둔 박스를 뜯는다.

 

 

저녁 약속 전까지 조립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키는대로 한다고 했는데 상판 조립을 뒤집어서 하는 바람에 다시 나사를 풀고 조이길 반복. 머리가 나쁘면 이래서 고생. 난 늘 뭔가를 조립할 때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다.

 

 

그렇게 내 노동력을 녹여내 완성.

 

 

어째 손도 더 쭈글쭈글해진 느낌. 드라이버로, 육각 렌치로 계속 조이느라 고생한 내 손.

 

 

갑자기 라이브 방송을 한다고 하는 바람에 대충 박스만 치워놓고 방송을 보고 약속 장소로 출발한다.

 

 

나도 드디어 쿠션과 인형 구입을 완료. 자잘한 걸 사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득템의 느낌이 있다.

 

 

2정거장이지만 비가 내리고 있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도착하니 한 판 구워먹고, 다른 한 판을 굽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설날 전에 결혼한 회사 동료가 한 턱 쏜다고 했던 날이라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안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다들 멀리 사는데 나는 도보로도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살고 있으니 더더욱. 금요일에 회식 자리를 이해해주는 아내라니. 결혼 잘 했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주 목적이었던 골뱅이탕을 먹기 위해 장소를 이동한다. 새신랑과 나를 제외한 다른 회사 사람들은 처음 접하는 풍경이어서 적잖이 당황을 한 듯 했다. 나도 거의 10년만에 왔더니 메뉴가 이렇게 바꼈는지도 몰랐다.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왔다. 국물이 칼칼하니 딱 좋았다. 밖에 비도 내리는데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운치있어 좋다.

 

 

꼬막이 있으면 또 주문을 안 할 수가 없지.

 

 

특이한 건 짜파구리를 판매한다는 것이었는데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이게 맛있는지 아닌지는 판단이 서질 않았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는 중, 작년 말에 퇴사했던 직원도 늦게 합류를 해 마시기 시작했다. 급하게 술잔을 들이키다 보니 속에서 더 이상 받질 않았다. 어느 정도까지만 마신 후 더 이상 술잔을 들지 않았다.

 

 

요즘은 포장마차도 방송을 타는 시대인가 보다. 아무래도 호객에는 도움이 되겠지. 골뱅이탕을 먹고 나니 가끔 술 생각이 나면 혼자라도 와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기엔 남들 시선에 대한 철저한 방어가 필요하겠지만.

 

 

택시를 타고 중간에 내려준다는 걸 마다하고(포차에서 집까지 아무리 늦어도 걸어서 15분 거리) 소화도 시킬 겸 우산을 쓰고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왔다.

 

 

 

2020.02.29.

술마신 다음 날의 단점은 눈이 빨리 떠진다는 것이다. 일어난 김에 씻지도 않고 정리를 시작했다.

기존에 놓아둔 물건들을 치우고, 조립해놓은 책장을 세운다. 새로 산 쓰레기통도 자리를 잡아본다.

 

 

굴러다니는 박스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잠깐 고민해보다가 인터넷에서 사진 하나를 프린트한 후,

 

 

자리를 못 잡은 마스크들을 박스에 담는다. 박스는 현관 옆에 두고 출근 때 잊지 말고 하나씩 뽑아 써야겠다.

 

 

자리만 잡아놓고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식사를 한다.

 

 

청소 후 인형을 보니 어째 얼굴이 이상하다.

 

 

오 마이...

 

 

얼굴을 꾹꾹이 해준다. 다들 경락마사지를 해주니 많이 복구되었다고 한 글을 봐서 나도 따라 해본다.

 

 

너무 모았는지 부풀어 올랐는데 나중에 더 마사지를 해주면서 자리를 잡았다.

 

 

요로코롬 귀여운 뒷태도 찍어주고.

 

 

나주겅...

 

 

또 다른 택배를 뜯어 새로 산 이불 커버와 쓰던 이불을 들고 코인 빨래방에 다녀오고 나니 당 떨어져. 냉동실을 열어 아이스크림 하나를 얌냠.

 

 

가장 기본이라 그런가 맛은 좋았다. 과하게 달지도 않고.

 

 

뽀송뽀송하게 잘 건조된 이불 커버와 베개 커버에 각각 솜을 집어넣고 자리를 잡아본다. 아주아주 만족스럽군. 침구를 바꿈으로써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가 된 듯 했다.

 

 

그리고 책장도 대략 정리를 마무리한다.

밖에 내다 버린 큰 박스만 5개. 그간 분리수거를 하지 않았던 쓰레기 더미까지 몽땅 갖다 버리니 뭔가 휑했다. 그래도 이렇게 버리고 비워내는 작업을 거치고 나니 조금은 마음도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저녁을 챙겨먹기 전, 영화 예매 상황을 본다. 다음날 조조로 예매해두었지만 아무래도 일요일은 쉬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취소표가 풀리기만을 기다렸다. 운이 좋게 명당 자리 한 자리가 취소되었고, 곧바로 예매를 한 후 급하게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털었다.

 

 

가장 중요한 체다치즈가 빠지는 바람에 걸죽한 소스가 만들어지지 않아 결국 면이 퍼져버렸다. 면도 생각보다 많이 잡아 소화도 안 되는 느낌.

 

 

먹고, 치우고, 설거지하고, 옷 갈아입고 그렇게 정신없이 나오니 영화 시간이 점점 다가와 마음까지 급해진다. 그래도 원래 도착하는 시간보다 갈아탄 1호선 열차가 3분 늦게 도착한 바람에 놓치지 않고 바로 갈아탈 수 있었다.

 

 

토요일 저녁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텅텅 빈 전철이 정차했다. 사람들은 사람들을 경계했다.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시작 전 도착. 급했던 마음이 그제서야 누그러진다.

 

 

극장에도 역시나 사람이 없다. 체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 중 하나이지만 평일 오전 사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영화는 상당한 몰입감을 줬다. 시작한지 30여분 정도 지났을 때부터 속이 울렁거려 참을 수가 없었는데(마스크를 계속 쓴 상태로 봐야해서 숨쉬기 조차 불편했다) 영화를 다 보고 집에 도착해서도 2시간 정도는 진정이 되질 않았다. 기존 전쟁 영화에서 보여줬던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고, 어떤 앵글을 잡고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스토리로는 실망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영화를 체험한다는 관점에서는 상당히 혁신적이었다. 아마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다. 집에서 보면 역시나 전혀 몰입감이 없었겠지.

 

 

그렇게 영화를 체험하고, 극장을 빠져나왔다.

 

 

달이 예쁜 밤이었다.

 

 

이 극장은 전철역까지 내려오는 동선이 최악이지만 다행히 시간이 잘 맞아 내려오자마자 전철을 탈 수 있었다. 그리고 내린 전철역에서도 버스가 바로 도착해 갈아타기가 수월했다.

돌아가는 전철도, 갈아탄 버스도 모두 서로를 경계하는 눈빛의 사람들과 함께였다.

 

 

 

2020.03.01.

3월이다. 어영부영 그렇게 3월을 맞았다. 지난 1월과 2월은 술과 야근 외에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아마 3월도 그렇게 채워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술은 조금 줄이는 게 맞겠지만.

 

 

커피도 내려 마시고, 조금은 느긋하고 여유로운 아침을 보낸다.

 

 

시간이 되어 재방송도 챙겨 보고 난 후 식사를 한다.

 

 

집에 있다 마저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 집에 있던 빈 김치통과 반찬통을 카트에 끌고 본가로 향했다. 엄마는 밥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이상하게 같이 먹고 싶지가 않았다. 마트에도 들를 생각이었으므로 빈 통만 내려놓고 거의 바로 집을 빠져나왔다.

마트에서 토마토 소스와 할라페뇨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할라페뇨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파스타 면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미리 사둬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더 사야하나 싶어 작은 사이즈의 냉동 새우와 토마토 소스만 집어 마트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피자가 땡겨 피자 한 판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큐를 보다 잠시 잠이 쏟아져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다 결국 베개를 베고 잠시 누웠다 일어난다. 설거지를 하고, 마저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샤워를 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마친다.

아직도 정리하지 않은 짐들이 남아있지만 여기까지만 하도록 한다. 결국 일을 만드는 것도, 일을 해결하는 것도 내 몫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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