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9 인천공항 삿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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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여권을 바꿨다. 공항에 가면 포켓와이파이를 찾고, 환전한 엔화를 찾고, 자동출입국심사 등록을 하려고 했다.

티켓 발권 후 2가지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자동출입국심사 등록장이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더라.

물어물어 결국 갔더니 올해부터는 별도로 등록하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여권 재발급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여기서 1차로 시간 낭비를 했다.





자동출입국심사로 출국심사를 마치고 면세점으로 나왔더니 이런 행차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여유도 잠시.





탑승 게이트가 당일 오전에 변경되면서 면세물품 인도장도 같이 변경되었는데 변경된 인도장이 중국인들로 아수라장이었다.

대기번호 호출은 80번대가 뜨고 있는데, 내가 받은 대기번호는 330번대.

직원에게 물어보니 보딩시간이 가까워져 오면 먼저 받으실 수 있게 해준다고 했는데 그럴 시간은 없었다. 남은 시간은 45분.

저가항공 비행기라 기내식이 없는데다가 아침을 먹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면 취소를 하기로 결정하고(인도장까지 넘어온 물품은 고객센터에 전화로 취소를 해야 하더라),

원래 사려했던 물품들과 지인에게 선물할 술 1병, 비행기에서 요깃꺼리를 할만한 샌드위치를 구입 후 급하게 비행기에 올랐다.

늦어질까봐 얼마나 식은땀이 나던지.





한숨을 내쉬며 안정감을 찾아갈 때 쯤 출발.




이륙 후 사두었던 샌드위치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이 쏟아져 잠을 자고 나니...




'우리 비행기, 곧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합니다.'




깔끔한 착륙.




여차저차 도착.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집에서 우산을 챙겨 나오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부터 지인분과 계속 라인으로 메세지를 주고 받았는데 우산을 가지고 나오는 걸 잊어버렸다고 하니

집에 남는 우산을 찾아본다고 해주셨다. 내가 그냥 샀어도 됐는데 감사했다. 괜히 또 불편함을 드린 건 아닌지...


공항에 내려 입국심사를 마치고 간단하게 짐 검사를 하는데 지난번 여행에 이어 또 검사에 걸렸다.

가방을 활짝 열고 구석구석 손을 넣어 만지는데 이번에는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혼자 왔고, 여권에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그랬는지 검사에 무조건 걸린 느낌이었다.

자꾸 사진을 보여주면서 마약 없냐고 묻는데 무슨 마약은 마약이야... 담배도 안 피우는 사람한테.


약속시간은 6시였는데 JR을 타고 오는 내내 시간을 못 맞추면 어쩌지하는 조급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지인분은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쇼핑을 한다고 하셨고, 숙소를 찾아가려면 지나쳐야 했다.
심사에 걸려 화는 나고, 시간은 부족하고,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서 처음 가는데 길도 조금 헤매고.








게스트하우스에 가 체크인을 하는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건 참 좋았으나 마음이 진정이 안되니 몸이 계속 부들부들 떨려서 혼났다.
간단하게 정리를 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국제전화라 울릴 일이 없을텐데 하고 폰을 보니 지인분이 라인으로 전화를 거셨다. 라인으로 전화를 해도 일반 벨소리가 나는구나.
처음 통화라 당황했는데 괜찮냐고 물으시고는 천천히 나오라고 하신다.

꺼내야 할 짐을 꺼내놓고, 넣어야 할 짐은 넣어놓고 숙소를 겨우 빠져나왔다. 땀이 줄줄 흐른다.




그래도 약속한 6시 정각에 삿포로역에 도착했고, 벤치에 앉아있으시길래 인사를 했더니 반가워해주신다.

항상 별 것도 없는 우리 동네에서만 만나다가 삿포로에서 또 만나니 새롭기도 하고 나 역시 거의 반년만의 만남이라 반가웠다.


술을 마시러 가는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원래 먹기로 한 징기스칸 이야기가 나왔는데

본인 여동생은 양고기를 못 먹는다, 보통 냄새때문에 못 먹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냄새가 나지 않냐고 물어 보셨다.

한국에서는 양꼬치에 적응이 된 상태라... 까지는 설명은 못 드렸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잘 먹는다고 했다.

그래도 그 중에 싫어하는 음식이 있지 않느냐고 물으셨을 땐 라멘이 맛이 없다고 했다. 짜서.

그래서 라멘을 먹게 될 일이 있으면 짜지 않은 라멘으로 사 먹는다고 했다.

제대로 알아 듣진 못했는데 캐리어에 뭔가 넣어서 가져갈 공간이 있냐고 물으시는 듯 했다.

그렇다고 하니 잠깐 마루이 백화점을 가자고 하신다. 꼭 선물하고 싶은 사케가 있다면서.
오도리 공원에서 지하상가로 다시 들어갔다.




백화점 지하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사케 매장에서 여러 사케들을 시음했다.

친절한 점원 아저씨랑 사진도 찍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신기하시는 듯 했다.

사케는 앞줄 오른쪽에 있는 청록색과 갈색 박스에 있는 사케 2병을 선물 받았다.




사케도 선물받고 즐거운 마음을 안고 가을 축제 현장으로 고고~




여행기간 중 낮에 와인이나 한잔 하면서 축제를 제대로 즐겨보려고 했는데 계속 비가 오는 바람에 그렇게 하진 못했다.
이 날이 방문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 된 셈이다.




각각 부스에서 음식을 사다가 테이블에 앉아 먹는 식이라 대충 축제를 즐기는 맛보기만 경험을 하고 왔다.




나는 삿포로 클래식, 지인분은 에비스로. 에비스 색이 훨씬 진하다.




뭐가 먹고 싶냐고 물으셔서 굴이라고 이야기하니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신다.
10분 정도가 지나 음식을 들고 오셨는데 굴 크기가 어마어마... 처음 봤다. 이만한 크기는. 결국 내가 다 먹었다.

선물로 사간 안동소주를 드리니 안동에 2번 다녀온 적이 있었다며 사진을 보여주셨다.

나는 아직 한번도 가지 않았는데... 선배시네요. 라고 하니 웃으신다.








손가락보다 긴 굴.




짭짤하니 맛있었던 가라아게.




간단하게 먹고 원래 먹기로 한 징기스칸을 먹으러 도자이선을 타고 마루야마코엔역으로~




찾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이 고급 주택가 사이에 도대체 징기스칸집이 어디있다는 것인가...

서로 맵 어플을 열어서 여기가 맞나? 하면서 겨우겨우 찾아갔더니 가정집 건물같은 곳을 가게로 쓰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 가게에 들어서니 자욱한 연기, 심각한 고기냄새.

메뉴는 이렇게 종이로 붙어있었다. 소금구이 징기스칸으로 현지인만 찾는 가게인 듯 했다.




오토시로 나온 새우와 버섯.




삿포로 나마비루~




화로에 올려 굽는데 불이 은은해서 빨리 익진 않았다.












그리고 나온 징기스칸. 고기의 질은 흘륭했다.




고기랑 같이 먹었던 파채. 고춧가루가 빠졌을 뿐,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파채와 같은 양념인 듯 했다.








구워서 한입 딱! 먹었는데 이게 웬일! 너무 짜! 짜다고! 난 짠 음식이 싫어! 으악!




하지만 맥주와 함께 먹으니 고기도 사라진다. 옆에, 건너편에 앉아있던 손님들도 모두 사라졌다.

이런 가게에 처음 와서 그랬는지 가게 분위기 자체는 참 좋았다.

스스키노에서 장사를 하다가 시끄러워서 조용한 곳에 가게를 차리셨다는 젊은 사장님의 이야기도 잠시 듣고...












고기가 약간 남긴 했었구나.




여튼 전혀 술집같지 않은 곳에서 술을 마시고 나왔다.









浅鞍




가게를 나오면서 친구가 추천해서 온 가게였는데 여기보다 다루마가 훨씬 맛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아사히카와에서 징기스칸을 먹은 게 처음이었는데 거기보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손님이 온다고 일부러 데리고 오신 거였는데 그저 감사한 마음 뿐.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우셨는지 자기가 친구랑 가끔 오는 가게로 가자고 하신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게에 함께 입장~


역시 삿포로 나마비루와 함께 오토시. 오토시는 먹지 않았다. 난 계란을 좋아하지 않는다구...




벽이며 메뉴판이며 온통 우니가 보이길래 우니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2가지 요리를 모두 주문해주셨다.

탕같은 것과 그냥 일반적으로 먹는 우니. 이 2가지만 해도 거의 3천엔에 육박했는데

먹은 음식이 이것 뿐만이 아니니 결과적으로 지인분이 얼마나 지출을 하셨는지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3만엔 이상 쓰시지 않았을까...
나중엔 내가 이렇게 얻어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맙다는 마음보다 죄송한 마음이 더 컸다.








섞어마시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왔으니 사케를 마셔보라고 하셔서 한잔.

이때부터였나, 지인분이 상당히 혀가 꼬인 목소리로 대화를 하기 시작하셨다.




추가로 주문해주신 이것도 정말 맛있었다. 회는 고등어 훈제같았는데 절인건지 약간 익힌 훈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오... 정말 맛있었다.




꼬치도 먹어보라고 주문해주시고(하지만 너무 배가 불러 못 먹었다),








가리비도 주문해주시고(이건 다 먹었다),




라면도 먹으라며 주문해주셨다.


지인분 어머니를 서울에서 같이 만난 적이 있었는데 마침 전화를 하셔서 나를 바꿔주셨다.

상당히 당황했지만 즐거운 여행이 되고 있느냐는 간단한 질문과 여행 후 잘 돌아가라는 말씀이셔서

나도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로 마무리하고 전화기를 넘겨드렸는데 어머니는 그냥 전화를 끊으셨다.

역시 당신 하실 말씀이 다 끝나면 전화를 끊는 건 나라 구분 없이 부모님 공통사항인가.




가게 사진을 찍어놓지 않아서 어느 가게인지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르겠다...


여튼 배부르게 얻어먹고 11시 반 정도에 헤어져 전철을 타고 다시 삿포로역으로 돌아왔다.

이번이 나름 4번째 방문이라고 따로 지도를 보지 않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되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지하철에 내려 걸어오는 중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지인분에게 받은 우산을 바로 사용하게 되었다.




첫날은 그냥 먹고 마시고 끝. 그냥그냥 시간이 잘 흘러가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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