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31 인천공항 간사이공항 나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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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은 딱히 목적이 있어서 떠난 것이 아니었다.
3월 1~4일 요나고로 여행을 다녀온 이후 특별히 어딜 다녀오질 않았기 때문에 그냥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물론 그로부터 2주 후 제주도를 다녀왔고, 5월에는 전주를 다녀왔지만 제주도는 현지인과 2달 전부터의 약속, 전주는 집안일로 다녀왔기에 여행으로 구분하기 애매... 하다기 보다는 여행지가 국내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여행을 떠나기 2주 전부터 검색을 시작했고, 마침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 결정.
혹시 몰라 나라에 살고 있는 나와 제일 친한 일본인 아가씨에게 미리 연락을 했더니
마침 내가 여행가는 날 아르바이트가 없다며 시간이 괜찮으면 자신의 차를 타고 같이 돌아다니자는 제안을 했다.
나 역시 특별한 일정이 없었으니 무조건 좋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일반적으로 여행을 다니는 지역으로 가지 않을테니.

오후 출발 비행기라 약간 느슨하게 일어나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하고, 베스킨라빈스의 31일 사이즈업 행사를 이용하기 위해 잠시 집을 나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들어와 냉장고에 보관 후 마무리 짐 정리를 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40도를 육박하는 더위가 연일 계속 되었던 작년 여름엔 아이스크림을 정말 열심히 먹고 살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사놓고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냉동실에 아직까지도 보관되고 있는 중이다. 그 외에도 다른 아이스크림이 냉동실 한칸에 가득 채워져있다.)

오후의 공항은 한산하다.
거의 시간대별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 봤는데 오후 12시 출발 비행기 정도가 되면 정말 여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
10시까지는 그래도 일찍 도착해야 부지런히 움직여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으니 참고.

심사장을 빠져나와 출발 시간과 게이트를 확인해본다.
나는 15시 30분에 출발하는 이스타 항공 비행기를 이용 예정이었다.


공항 내 이곳 저곳을 찍어본다.


일본 아가씨를 만나 식사를 하게 된다면 대략 7시 반 정도로 예상했다.
집에서 출발할 때에도 나가서 식사를 하자라는 마음이었기에 일단 구경은 접어두고 푸드코트로 이동해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이런 행렬이...


손 흔들어줘서 고마워요!


탑승동으로 이동해 128번 게이트 앞으로 온다.
시간을 맞춰 왔지만 승객을 태울 생각이 없다. 잠시 기다리라는 얘기 뿐.
뭐 잠시 기다리니 승객을 태우기 시작했지만 비행기가 움직이지 않는다.
탑승한 채로 30분을 기다리니 그제서야 비행기가 움직이고, 활주로로 이동해 이륙을 시작한다.


30분이 지연됐다. 30분이란 시간은 크다. 특히 여행에서는.
나라역으로 바로 이동을 해야했기에 공항에서 나라역으로 바로 이동 가능한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저 30분이 절대 지연되어서는 안됐다.
그로 인해 바로 출발할 수 있는 것을 1시간 후 출발하는 다른 버스를 기다려 탑승해야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안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심장은 요동치고, 도착할 때 즈음 되니 조금씩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비행기 모드를 풀고 대여한 포켓와이파이 전원을 켰더니 아니나 다를까, 문자가 우수수 쏟아진다.


내 비행기 도착 시간에 맞춰 아가씨가 문자를 보내왔는데 지연되는 바람에 30분 늦게 답장을 하게 되었다.
서로의 언어가 짧아 대화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사용하고, 간혹 오타가 있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간다.


야마토야기역은 아가씨가 사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어서 집에 있다가 바래다주러 올 수 있다고 했다.
지도를 보니 아가씨 집에서 차로 15~20분 정도의 거리였던 것 같다.
일본을 가면 무조건 야키토리를 먹기 때문에 야키토리 식당으로 안내해준다고 하며 보내온 제안이었다.

대화는 아주 편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지만 난 엄청난 시간 압박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보낸 메세지였기 때문에 비행기 문이 열리고 게이트를 빠져나간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위 메세지는 모두 비행기 안에서 게이트로 이동하면서 보낸 메세지였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내리자마자 뛰기 시작, 가까스로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해 입국심사장으로 넘어온다.
시각은 18시 3분.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입국심사 자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문과 얼굴 증명사진을 먼저 찍은 후 줄을 서면 여권에 비자를 발급해주는 순서다.
내 일본 첫 여행이 오사카였는데 15년도 3월에 왔을 당시엔 이렇게 하지 않았는데 그 다음해(였는지 그 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16년도에도 다녀왔으니 다음해라고 하자) 부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 바뀐 것 같다.

뭐 어쨌던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문자를 보내는 시간동안 버스를 놓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여권 심사를 끝낸 건 18시 12분,
나가기 전 짐 검색대에서 다행히 캐리어를 열지 않고 지나갈 수 있어서 게이트를 완전히 빠져 나오니 18시 13분.
내가 일단 몇층에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캐리어를 끌고 뛰기 시작했다.
저 멀리 9번 게이트 앞에 있는 버스는 승객들이 모두 탑승을 마치고, 짐을 실어주는 직원이 승객들의 짐을 버스 아래 짐칸에 싣는 중이었다.

확실하게 물어보기 위해 직원분에게 야마토야기역으로 가는 버스가 맞냐고 물어보고 맞다는 말을 듣고 나서 티켓 자판기에서 티켓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어느 자판기의 무슨 버튼인지 모르겠다. 머리가 핑핑 돌고 있을 무렵, 그 직원분이 오셔서 티켓 버튼을 대신 눌러 주신다. 휴...
티켓을 구입하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저녁시간에 겹쳐 승객이 많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한숨 돌리고 나서야 아가씨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잠시 숨을 돌려 사진을 찍어본다.
간사이 공항은 이번이 3번째인데 다음 이동수단으로 환승하는 시간이 모두 3분 내외였다.

처음은 라피트를 타고 난카이난바역으로 이동했는데 당시에는 한국에서 티켓을 먼저 구입한 후여서 티켓을 교환하기 위해 갔더니 출발이 3분 남았다고 해서 갑자기 뛰어서 탑승,
두번째는 난바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서 도착해서 시간이 빠른 이동수단으로 갈아타자 싶어 시간을 봤더니 또 출발 3분 전,
이번에는 2분 전.
다음 여행에는 과연 얼마나 걸릴지 너무너무 궁금해진다.


버스에 올라타 게스트하우스의 체크인 시간을 검색해봤는데... 아... 이런...


체크인 시간은 20시인데 버스에서 내리면 19시 20분, 야마토야기역에서 나라역까지는 차로 50분.
간다 해도 체크인이 불가능한 시간이다. 이래서 비행기가 한 번 지연되면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꽃핀다.
다행히 아가씨가 전화를 해준다고 했고, 결과는


아무 문제 없이 이동이 가능했다.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고, 끊임없이 흘렀던 식은 땀도 멈춰, 잠시 눈을 붙이고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야마토야기역. 직접 이용하진 않을 역이지만 그래도 내 추억 한켠에 크게 자리를 잡게 해주었으니 사진을 찍어본다.




저 멀리 아가씨가 손을 흔든다. 당시 5월까지 호주로 워홀을 다녀온 후 바로 한국으로 와 만난 후 3개월만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서로 1년에 2~3번은 만나는 거 같다. 그게 한국이던 일본이던.
만날 마음만 있다면 떨어져있는 거리는 크게 상관없는 듯 싶다.


짐을 싣고 차에 올라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알고 지낸지 3년 반이나 지났지만(이제 4년이 다 되어가는군) 왜 우리는 연애 이야기를 벗어날 수가 없을까?


나라역 주변에 있는 무료 주차장에 네비게이션을 찍고 와 주차를 한다.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 먼저 한 후 짐을 놔두고 나와 이동.


메뉴판을 보자마자 대흥분. 아무래도 공항에서 도착할 때까지 정신이 혼란스러웠던 것을 놓아버렸더니 제어가 안된다.
꼬치구이 7개 한접시에 990엔짜리가 있어 주문한다.


우선 날이 더우니 시원하게 토리아에즈 나마비루 히토츠!


일본에서는 양배추를 무한리필해주는 가게가 많은 것 같다. 여기도 무한리필이었는데 위에 이 까만 거랑 같이 먹으니 짭짤하니 맛있더라.
(다시마를 말려 소금간을 한 것인데 나중에 집에서 먹으려고 마트에서 구입해왔다. 아직까지 먹지 않고 있지만.)


한국에서 구경하기 힘든 감자 샐러드.


기다리고 기다리던 야키토리가 나오고


아가씨가 주문한 가라아게까지 모두 나온다.




나 때문에 고생한 아가씨와도 짠! (아가씨는 운전을 해야했기 때문에 무알콜 맥주를 주문했다)


1차로는 뭔가 부족한 듯 해 넘어온 가게.


기린은 캔맥주는 별로인데 생맥주는 기가막히게 맛있다. 동네 이자카야에서도 판매해서 가끔 마시는데 ㅋ ㅑ...


일본의 모든 주점에서는 무알콜 맥주 주문이 가능하다.


안주가 나오는 동안 틀린그림찾기도 잠시 해보고. 다 찾진 못했다. 10군데가 다르다는데 어디가 다를까?


배가 불러서 가벼운 안주를 주문한다고 했는데 죄다 소세지 아니면 햄이었다. 빵과 하몽?


소세지와 감자튀김.


신나게 먹고 마시고 수다를 떨고, 다음날은 비 예보가 있어 일정은 '미스테리 투어'로 해 둔 후 헤어졌다.




뭔가 편의점 맥주를 이용해줘야 할 것 같아 기간한정 맥주와 마른 오징어 구이를 사다 마무리하고 잠을 청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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