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9 인천공항 신치토세공항 삿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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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3월에 여행을 준비중이었다.

모든 예약을 끝내놓고 갈 날짜만 기다렸는데 회사에서 사건들이 하나하나 터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수수료를 물고 여행을 취소해야만 했다.

그 외에 무엇때문에 그렇게 분노했던 것인지 그 이후로 2개월간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수면유도제 없이도 잠도 잘 자고 잘 먹지만 그때는 그냥 살기 위한 몸부림을 쳤었다.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었다. 잠깐 다른 세상에 있고 싶었다.


다시 예약을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퇴사를 결정하고, 연차를 사용하고, 예약했던 것을 또 취소하고 일정을 늘렸다.

그렇게 4박 5일에서 6박 7일로 늘어난 여행 일정. 오빠에게만 이야기하고 부모님께는 말하지 않고 떠났다.

일주일에 한번은 통화를 하는 부모님이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화가 온 적이 없었다.





짐을 쌀 때만 해도 귀찮아져서 가기 싫었다. 떠나기 전날 비가 와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필요한 것들을 사러 나갔다가 비를 맞고 기운을 빼서 그랬나보다.

하지만 짐을 꾸리고 캐리어를 끌고 나오니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었는지 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참 많았다. 나는 13시 20분에 출발하는 티웨이 항공을 이용해 삿포로로 떠날 예정이었다.





면세품 인도장 접수번호와 떠나는 날짜가 우연히 일치. 그러나 이건 그냥 우연이었고 인도장을 2번이나 잘못 찾아가서 면세품을 찾는데에 애를 먹었다.

다음엔 잘 찾을 수 있겠지. 어디에 있는지는 이제 다 파악했으니.





커피 한잔과 머핀 한개를 사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탑승 마감한다고 직원이 돌아다닌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뭐 어쨌던 잘 탔다.

게이트가 정말 멀더라. 맨 끝이었다, 맨 끝.





앞쪽 복도쪽으로 자리를 해주는 바람에 바깥 경치는 하나도 못보게 됐다. 그래도 복도쪽이라 빨리 나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수기여서 비행기에는 빈자리가 아주 많았다.


저가항공은 처음 이용이었는데 무료 수하물 무게를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금을 받지 않았다.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서 그랬나보다.

뭔가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4월에도 눈 예보가 있었던 삿포로였지만 내가 갔을 때엔 눈은 오지 않았고, 도착하니 이렇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입국 수속은 비수기라 줄이 하나도 없었고, 가장 먼저 줄을 서 바로 끝낼 수 있었다.

대신 혼자 오는 여자들 짐검사를 자주 한다더니 나도 그렇게 당하느라 시간을 조금 지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밖으로 나오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 찍는 도라에몽 나도 찍어봤다.





바리바리 싸들고 고고.





스이카 카드가 있었지만 크게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직접 패스를 사서 들어갔다. 올 때도 마찬가지.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개고 있었다.





초행길이라 삿포로역에 내려 조금 헤맸는데 수없이 지도를 본 덕분에 다행히 숙소까지는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이 날은 삿포로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약속을 해서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바로 다시 역으로 나와 술을 한잔 했다.

나도 참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1명은 초면이었고, 1명은 서울에서 유학 중 소개로 만난 아가씨였는데 이게 2번째 만남이었다. 그것도 9개월만에.

그래서 내가 만나자고 해서 만났지만 참 어색하고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사실 좀 미안했다. 둘에게 다.


일단 왔으니까 나마비루.





이자카야를 가서 안주는 다양하게 많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잘 안 넘어가더라. 정말 조금 먹었는데 배가 불러서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난 가라아게가 참 좋더라. 치킨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홋카이도는 감자가 유명해서 자가버터인가 이것도 참 유명해서 자주 먹던데 난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먹다 보니 하이볼도 한잔 마시고 싶어서 주문했는데 잔이 예쁘다.





일본인 친구와는 헤어지고 한국인 친구와 잠시 요도바시 카메라에 와서 구경.

한국에서 부탁한 것들을 몇가지 사서 가져갔는데 사다보니 무거워서 나도 그 무거운 걸 계속 들고 있느라 힘들었네...

집에 잠시 다녀온다고 해서 혼자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당시 아이폰SE가 출시된지 얼마 안돼서 그냥 신기해서 사진을 하나 찍어봤다.








이 친구의 추천으로 타리즈 커피에서 정신도 차릴 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디카페인으로 주문해서 마셨는데 커피 참 괜찮더라.

지난 8월에도 이 매장에 다시 가서 디카페인 커피를 샀는데 이것도 야금야금 마시다보니 몇개 안 남았다.

일반적인 쇼핑이나 군것질거리를 잘 사지 않는 편인데 이건 왜 이렇게 적게 샀는지 좀 후회된 품목 중 하나.

다음에 일본을 가게 되면 그땐 많이 사리라. 꼭.





야경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빨리 JR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자고 하더라.

난 해질녘 노을을 보면서 서서히 져물어가는 해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완전히 해가 져물고 보는 야경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나보다.





급하게 와서 봤지만 후회는 없었다. 야경은 어디에서 봐도 언제나 만족한다.

이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가장 먼저 보이는 북쪽 풍경이었는데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져서 탄성을 질렀더랬다.





























대부분의 전망대들은 이렇게 메달을 제작할 수 있는 기계가 있었다. 꼭 전망대가 아니더라도 이런 기계들을 놓은 곳들은 자주 볼 수 있었다.





삿포로의 이런저런 농산물들에 대한 이야기. 버터와 치즈, 저기 옥수수도 보이네. 저런 사람들이 와서 심고 농장을 꾸렸다... 뭐 그런 이야기라고 하더라.














감격 그 자체였다. 탈출을 잘 한 기분이 들었다.

전망대 내부에 카페가 있는데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거기서 맥주라도 한잔 더 할껄 하는 아쉬움은 좀 남았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 내려왔고, 헤어졌다.





아쉬움에 숙소에 돌아와 씻은 후 편의점에 잠깐 나가 맥주를 한캔 사왔다. 오사카 여행에서 맛있게 마셨던 기억이 남은 맥주여서 다시 사서 마셔봤다.

삿포로 클래식을 사 마시기 전까진 가장 맛있는 캔맥주였었다. 이 날 이후로는 계속 삿포로 맥주만 사다가 마셨다.





다음날 멀리 떠나는 일정이 있어 대충 마무리하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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