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9 아사히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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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다. 여전히 잔잔하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번 일정 중에 가장 후회되는 것이 이곳에서 1박만 한 바람에 많이 구경을 못했다는 점. 너무 아쉽다.

무리하게 삿포로로 이동하지 않았어도 됐는데 친한 언니랑 만나기로 약속을 한 탓에 어쩔 수 없었다.





모두 아사히다케를 가기 위해 각자의 장비들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앞에 기다리던 청년 한명이 가만히 정류장에 무언가를 보더니 편의점으로 급하게 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도 가만히 내용을 보니 티켓을 로손 편의점에서 구입하라는 것을 읽게 되었다.

청년이 간 길, 나도 함께 따라가본다.





편의점은 정류장에서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멀지 않으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각 목적지의 요금 안내를 해주고 있는데 아사히다케는 1430엔이다. 편도 가격이다, 편도 가격.

티켓은 내릴 때 내면 되기 때문에 기사분에게 확인만 한번 받고 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티켓을 사고 3분 정도 지나니 버스가 들어왔다. 66번 버스다.





아사히다케를 가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스키, 스노우보드 장비를 들고 탔다. 나만 등산 스틱이었던 것이었다. 흑흑...





아사히카와 공항도 지나간다.





1시간을 넘게 달리니 산 초입에 들어선다.








드디어 도착. 여기가 겨울왕국이구나.








도착해 로프웨이 티켓을 사려고 했는데 매표소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기 위해 줄을 길게 선 상황.

1층에 있던 직원에게 티켓은 어디서 사냐고 했더니 친절하게 2층까지 안내해주었다.

9시부터 운행을 시작해서 9시 6분에 도착한 나 역시 이들 틈에서 줄을 서야만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티켓을 사러 갔던 그 청년이 로프웨이 줄도 내 앞에 서있었는데 장갑을 기다리는 줄 옆에다 걸어놓고 장비를 점검했다.

줄이 빠지면서 2층으로 올라가는데 장갑을 놓고 그냥 가길래

툭툭 쳐 돌려 세워 손에 장갑을 끼우는 시늉을 하며 '글러브, 글러브' 라고 하니 화들짝 놀라며 장갑을 가지러 다시 내려간다.

나중에 2층으로 올라와 서있는데 와서는 '땡큐, 아리가또' 라고 하는데 발음 상 일본인이 아니었었다.

분명 얼굴이 일본인이었는데... 홍콩이니? 대만이니? 어디니?





한 30분 정도를 기다려서 타고 올라간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에는 해도 비치고 괜찮아 보였는데 타러 오니 흐릿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을 재보니 한 10분 정도를 타고 올라온다.











해발 2000미터 이상으로 올라온다. 고산병은 걱정없다.





내려서 보니 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트래킹 코스가 어디냐고 직원에게 물어보고 왼쪽이라 하길래 왼쪽으로 왔는데

이쪽으로 가다간 이 설산에서 냉동인간으로 발견될 것 같아 두려움에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꽁꽁 얼었다. 로프웨이 운전하시는 직원분 한명과 손님은 나 혼자. 넓은 케이블카를 혼자 전세내어 내려왔다.

원래는 이런 풍경을 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뭐 운이 없었다고 봐야지.








아쉬운 마음에 사진만 이래저래 찍어본다.






































내려오니 줄이 많이 줄었다. 다들 많이 타러 올라간 듯 했다. 로프웨이 왕복은 1800엔이다.

스키어들을 위한 1일권도 있고. 4500엔이면 하루 이용에 적절한 가격인 것도 같다.

일본인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반은 서양인, 반은 동양인이었다.

홋카이도에서 이렇게 많은 서양인을 한꺼번에 만나기는 또 처음이었다.








매점 사진도 한번 찍어본다.








당일온천을 할까말까를 상당히 망설였다. 가장 빨리 시작하는 곳은 11시부터였고, 2시간 반마다 한번씩 오는 버스 출발 시간은 12시였다.

씻고 뭐하고 하면 1시간 반은 필요한데 무작정 하기엔 너무 시간이 부족했다. 일단 온천으로 내려가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가기 전에 휴게소를 들렀다. 로프웨이에서 2분정도 걸어오면 된다.











아무도 없었다. 안내해주시는 분 한분을 제외하고는 손님은 나 뿐이었다.








나도 여기에 방명록을 하나 남겼다. 뭐가 감사해서 감사합니다를 썼는지 참...





























이런 저런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안에는 당일온천을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시간, 가격 등이 적혀있는 종이가 있다.

나는 일일이 찾아서 검색했는데 여기에 안내지가 있어서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일단 내 키는 훌쩍 넘기고 가로등까지 삼켜버린 눈밭이었다.





저 멀리가는 3인방에게 인사를 했더니 곤니찌와 라고 인사해주더라. 감사감사.





온천수인가? 해서 장갑을 벗고 물에 손을 갖다 댔는데 미지근... 그래도 상대적으로 뜨거운 물이다 보니 물이 지나가는 길에는 눈이 없었다.





건물 앞 왼쪽에 눈이 쌓인 것은 차였다. 차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





하산을 하고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정상에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정말 깊은 고민과 갈등이 시작됐다.

다시 정상을 가서 구경하고, 내려와서 당일 온천을 하고 가느냐. 2배의 시간과 2배의 돈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만족할만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11시에 시작하는 온천으로 왔다. 들어갈까말까를 계속 망설였다.

그리곤 다시 돌아 나왔다.








아쉽지만, 정말 아쉽지만 그냥 돌아가는 것으로 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차라리 여기서 숙박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럴만한 시간도 안됐고...

뚜벅이 여행의 한계점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시간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점.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 눈밭에서 잘 살아남았다는 사진을 한장 남기고 떠나기로 했다.

















12시 가까이 되어 버스가 도착했다.





뒷문으로 탑승하고 티켓을 뽑아 자리에 앉았다.





언젠간 꼭 다시 올거야...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은 곳이다.








그렇게 다시 또 1시간 반을 달려 아사히카와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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