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30 삿포로 삿포로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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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은 얻어맞은 것처럼 뻐근하고, 속은 울렁거리며 구토가 쏠렸다. 아... 감기... 여행 중 감기라니...

어차피 늦게까지 자고 오후에 움직일 생각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냥 몸이 아프다는 것 자체가 너무 괴로웠다.

일단 일어났으니 씻고 난 후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 채널은 아침마다 한국 사극 드라마를 해주는 것 같았다.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는 드라마가 바뀌어 선덕여왕.

엄태웅... 참 좋아했는데...


드라마 음성은 더빙이어서 대충 들었는데 선덕이 김유신에게 내가 여자인 것을 알고 있었냐고 묻는 장면이었다.










씻고 느즈막히 움직였다. 스마트폰으로 포켓몬고를 켜고, 숙소에서 가까운 삿포로 시계탑을 시작으로 여러 포켓스탑을 거쳐갔다.

사실 삿포로 내 볼만한 관광지는 대부분 구경했었기 때문에 다시 가는 건 의미가 없었지만 게임을 하면서 다니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여기는 포켓스탑이 아니었다면 들르지 않았을 곳. 교회인데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듯 했다.










워낙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내 키만큼 눈이 쌓여있는 골목들이 많았다.





술먹고 널부러진 스파이더맨.





게임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오다 보니 어느덧 삿포로 팩토리에 도착했다.





일본에는 옛 공장 건물을 개조해 상점가로 이용하고 있는 곳이 꽤 있는 듯 하다. 요코하마도 그렇고, 하코다테도 그렇고.

하지만 이런 곳은 나에겐 딱히 매력이 없다. 쇼핑을 하러 올 목적이 아니라면 절대 들르지 않을 곳이므로.

그런데 왜 왔냐. 식사가 목적이었다.















삿포로 팩토리의 내부 모습. 거대한 실내 광장. 월요일 낮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햄버거와 생맥주를 같이 마실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호기심에 들러봤다.





저 포스터에 있는 와규버거를 세트로 판매하고 있어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세트는 버거, 스프, 음료인데 버거는 치즈를 얹으면 100엔이 추가되고, 스프는 4종류 중 하나를 선택,

음료는 탄산, 쥬스 또는 맥주 등 메뉴판에 적혀있는 메뉴 중에 고를 수 있다.


버거 자체는 조금 느끼한 면도 있었는데 스프가 그 느끼함을 잡아주고, 그 때 맥주를 한잔 마셔주면 속이 뚫리는 느낌. 그런 구성이다.

세트 가격은 1280엔.





그런데 와규 버거 자체는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차라리 클래식버거를 먹었으면 더 괜찮았을 듯 싶다.






이 건물 내부에도 포켓스탑이 꽤 있는 편이라 햄버거를 먹으면서 한번씩 돌려주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하다가 와서 한번도 사 마시지 않았던 커피를 한잔 마시러 탈리즈에 왔다.

지난번 오사카 여행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구입하지 못해 이번엔 꼭 사가야지 해서 3팩을 사고, 커피를 주문했다.


모래시계가 끝나면 따라서 마시라고 했는데 시간을 재보니 2분 40초가 걸리더라.






앉아서 조금 쉬다 나와 숙소로 다시 돌아간다.






귀여운 꼬마 아가씨.





4시가 되기 전인데도 어둑어둑하다.




















숙소에 들어가 조금 누워있다가 약속시간 5분 전 숙소를 나왔다.

숙소 가까운 지하 출구에서 이곳에 살고 있는 일본 아가씨를 만나기로 했기에.


특별히 이 술집으로 안내한 이유가 있냐고 했더니 회식으로 왔었고, 이것이 3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음식이 맛있으니 데리고 왔겠지.


우선 기본으로 맥주 한잔과 기본 안주.





창가쪽에 앉았는데 앞은 춥고 뒤는 히터를 틀어 뜨겁고.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먹는 내내 참 힘들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조개탕과는 조금 맛이 다른. 국물에서 술맛이 난다.





약간 호떡같은데 안에 으깬 감자가 들어있다.





그리고 사시미 세트.





전체 샷.





아가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한국에 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워킹 기회인데 이게 안되면 다시 취직을 해야하는 난감한 상황.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면서 1년 계획서를 작성했는데 틀린 표현을 교정해달라고 해 단어 몇가지를 교정 후 설명해주었다.


한국어를 다시 공부하고 있는데 힘들다고. 나는 일본어 공부를 하지 않고 있으니 워킹을 오게 되면 자주 만나 공부하자고 했다.


지난번 그 친구는 만났냐고 묻길래 그 친구가 바빠서 약속을 못했다고 했다.

그냥 간단하게 인연의 끈이 다 했다고 생각하는 쪽이 낫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음식을 먹다 보니 몸이 점점 안 좋아지는 듯 해서 술은 더 주문하지 않고 우롱차 한잔을 추가로 주문했다.





홋카이도 산 짧은 파를 튀긴 건데 파는 열을 만나면 단맛이 올라오기 때문에 구이나 튀김은 늘 실패하는 일이 없다.





그리고 무슨 생선 구이였는데... 메뉴가 죄다 일본어로 되어있다 보니 기억해내기가 참 힘들다.

아가씨도 나에게 설명해주기 힘들었는지 계속 사전을 찾아가며 보여주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눈이 내리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면세품을 사야할 타이밍이었는데 갖고 있는 현금이 없어 숙소로 잠깐 돌아가 남아있는 엔화를 챙겨 나왔다.


다이코쿠에서 몇가지를 구입하고, 스타벅스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해 마셨다.

'커피가 밍밍하다' 라고 하니 밍밍하다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서 한참 설명해주다 엄한 대화로 빠지기도 했다.





자주 연락한 편은 아니었지만 5시에 만나 9시까지 대화를 하면서 크게 지루할 틈은 없었다.

한국으로 오기 전 부모님이 계시는 오키나와를 일주일 정도 다녀온다고 했는데 지금은 오키나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날 저녁은 보통 맥주 2캔 정도를 사다가 짐정리를 하며 홀짝홀짝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감기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몸살감기약을 사 먹고 짐정리를 하다가 일찍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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